하루정리노트

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는 날이 있다.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, 말수는 줄고,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싶어진다. 그런 날엔 억지로 밝은 척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, 누군가 말해줬으면 좋겠다. 우리는 매일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 건데, 스스로에게 너무 가혹할 때가 많다.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흐린 하늘이 지금 내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든다. 하지만 그런 흐림도 언젠가는 걷히고, 다시 맑은 하늘이 찾아온다는 걸 알고 있다. 감정도 날씨처럼 지나가는 거니까. 오늘은 그냥 이 흐린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. 괜찮다고, 나도 이런 날이 필요하다고.따뜻한 물을 마시고,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하루를 마무리한다. 무엇을 이루지 않아도, 누군가에게 인..

책상 위에 놓인 찬 커피 한 잔. 처음엔 따뜻했을 텐데,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식어버렸다.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미지근한 커피를 마시는 순간, 마음이 더 편안해졌다. 뜨거움 대신 적당히 식은 온도처럼, 인생도 꼭 뜨거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. 너무 뜨겁게 살려고 애쓰다가 데이기보다는, 적당한 온도로 오래 가는 게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.주변 사람들은 언제나 바쁘게 뭔가를 이뤄내고, 어디론가 나아가는 중이다. 나만 뒤처진 것 같고, 어딘가 멈춰 있는 느낌이 들 때도 많다. 하지만 멈춤도 방향의 일부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안다. 오히려 멈춰 있어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. 소음이 잦아든 밤, 혼자 걷는 길, 아무도 보지 않는 나의 표정. 그 모든 게 ‘나’라는 사람을 조금씩 만들어간다.오늘 하루가 별다른..